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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文學 散策■ 「제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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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21 12:39
 
폐품
 
덕진노인복지관 뒤 쓰레기장에서 한 노인이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빈 병은 빈 병대로
신문지는 신문지대로
종이박스는 종이박스대로
빈 병은 저희들끼리 모여 막걸리 한 주전자가 될 것이고
신문지는 같이 묶여 내일 아침 조간신문이 될 것이고
종이박스는 종이박스대로
제 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노인의 갈퀴 같은 손이 바쁘다
 
건물 안에서는 노인들이 모여 노인들을 분류하고 있다
서예반으로 컴퓨터반으로 한글기초반으로
우리들은 폐품이 아니라고
몸이 늙은 것이지 마음은 낡은 것이 아니라고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한때는 폐품이라고 생각한 생각들이 얼굴을 마주보며
하루를 엮어가고 있다
덕진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이 모여 황혼은 이런 것이라고 환하게 증명하고 있다
 
* 덕진노인복지관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소재
 
 
□ 정성수의 한 문장 □
 
명품은 디자인이 멋지고 색상이 아름답고 기능이 좋아 누구나 욕심내는 물건을 말한다. 흠이라면 비싸다는 것이다. 비싸기 때문에 필요 이상 소비할 경우에 사치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시대에 뒤진다는 소외감이 들어 계층 간의 위화감이 생겨 심각성을 더 한다. 명품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기 때문에 갖고 싶은 욕망은 이해된다. 그러나 구입하는 데 비해 과시를 앞세우거나, 소유자에 대한 질시 또는 동조하는 병폐가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시간과 시대에 따라 폐품이 될 수 있다. 이유는 유행이 지난 제품이나, 품질과 기능이 개선된 상품이 출시되면 오늘의 명품도 내일에는 쓰레기가 된다. 인간에게도 명품은 있다. 명품 인간은 인격과 지성을 갖추고 성격이 좋고 건강하며 덕망을 갖춘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누구에게나 필요한 명품 인간이다. 시간을 지나면서 시대를 뛰어 넘어 늘 새롭게 빛나는 명품 인간은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 진정한 명품 인간은 물질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맑고 고운 정신으로 스스로를 빛내는 사람이다. 신은 인간을 폐품으로 만들지 않았다.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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